얼마전 일입니다. 사무실 주차장 진입로에 거의 다달았을 때 한 노인이 리어카를 끌다가 멈춰서서 내 차의 운전석 창문을 마구 두드렸습니다. 살짝 스치기라도 한 걸까? 막걸리 값이라도 드려야 하나... 그 순간 객기가 작동해서 무슨 일이냐고 언성을 높이고 말았습니다. 그 노인이 차량 부딪힘 사고로 시비를 벌여 치료비 명목으로 금전 요구하려는 수작으로 지례 짐작한 것입니다. 노인은 몇마디 분간 못할 큰소리를 지르더니 제풀에 지쳐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뭔가 할 말이 있었나 본데 당최 알아듣지 못해 그냥 넘어가고 말았는데 그 노인의 큰 고함 소리와 욕지거리가 거슬렸고 그 찜찜한 기분이 오래동안 뇌리에 남았습니다. 분명히 리터카나 그 노인과 접촉이 없었던 것 같은데 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을까...
택시를 잡아타니 머리가 새하얀 노인분이 핸들을 잡고 있었습니다. “OO병원 장례식장 부탁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거기가 어딘지 가물가물한가 봅니다. 차량 네비를 이용하시라고 말씀드리니 낡아서 잘 안되는지 내 핸드폰으로 네비를 틀어달라고 합니다. 멈춰선 택시 뒤에서 정체된 차량의 눈치보며 재빨리 네비를 틀어 건네드리고 그 네비에 따라 비뚤비뚤 위태롭게 운전하더니 목적지에서 쫌 떨어진 곳에 도착하고서는 내리라고 합니다. 택시를 탔는데 내려서 좀 걸어가야 합니다. 불친절한 것은 둘째치고 운전실력이 불안한 노인 기사님이 걱정됩니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할 연세를 지난 것 같은데 저러다 사고나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붐비는 전철안입니다. 꼬부랑 할아버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가옵니다. 개신교를 전도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믿으면 천국, 안믿으면 지옥간다. 내가 말할 때 마다 “네”라고 답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전철안 손님 한명 한명마다 눈을 마주치면 소리칩니다. 한 아주머니가 천원 한 장을 드리니 작다고 타박합니다. 더 달라고 천연덕스럽게 요구합니다. 전철 한칸을 차지하고 계속 소리칩니다. 손님들께 피해주지말고 가시라고 만류해도 들은척 하지 않습니다. 더 심하게 소리치고 만류한 손님을 저주하듯 노려봅니다. 한참 그러다가 꼬부라진 허리를 등에지고 다음칸으로 위태롭게 터덕터넉 지나갑니다. 요즘 개신교에 대한 실망감이 큰 시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드셔서 노망이 났는지...
나이가 들면 한걸음 뒤에 한템포 늦게 행동하라는 어느 선배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나이듦에 걸맞는 조신한 행동거지가 필요하고 웬만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일겁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과 마음이 조금씩 쇄락하는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예전과 다른 둔한 감각과 몸의 통증 등이 조금씩 쌓이면서 늙어가나 봅니다. 나이들면서 더욱 깔끔하게 관리하여 젊은세대에게 패끼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나이들어 추해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갈 때는 자신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가야합니다.
우리나라 연구실의 현실
작성자 :
2026. 07. 05 (15:34)
큰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특출난 수재는 아니지만 꾸준한 노력과 관심으로 국내 최상위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의대에 갈 정도 실력이었으나 공대에 대한 그의 의지를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응원할 도리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겪으며 지도교수님과의 세대차이와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보이지 않는 갈등과 목표로 했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감당해야 했던 초조감과 다른 진로를 택한 동기들에게 뒤쳐진다는 낙오, 상실감 등이 큰 아이에게 상당한 고통과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박사과정중에 또다른 박사과정의 동갑내기 연구원을 아내로 맞아들여 결혼생활을 하면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적잖은 위안을 얻었겠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연구와 반복되는 실험으로 정신과 육신이 멍들고 쇄진될 무렵 며느리가 먼저 학위를 받았고 그 다음 해에 큰 아이도 간신히 학위를 받게 되었다. 다행히 둘다 원하던 연구소에 취직이 되고 점차 안정을 찾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듯 여겼으나 최근 삼전, 하이닉스에 다니는 큰 아이의 선후배들의 연봉과 비교하면서 좌괴감에 빠진다는 푸념을 듣게 되었다. 자기는 부부가 몇 년을 함께 고생해야 그 들의 일년 연봉에 겨우 미친다는 하소연이다.
잘나가는 반도체 기업과 연봉 비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로서 자리잡으면 연구원의 몇배를 더 벌 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유망기업에 박사학위로 취직하면 역시 연구원의 몇배를 벌 수 있다. 미국의 정부출연연구소나 일반 IT업체 역시 2~3배 이상의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까이 있는 중국은 과학굴기의 일환으로 한국의 우수인재를 좋은 조건으로 언제든 받아들이려 손을 뻗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구실 환경은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 이공대 홀대론이다. 우리사회가 아직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사회 서열이 있는 것인지 이공대를 베이스로 한 과학기술, IT, 첨단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문과, 법과 출신의 행정가에게 지휘 받고 재단(裁斷)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비이공대 상관들을 설득하는 것이 또다른 장벽이라는 매우 심각한 현실이다. 중국은 최근의 역대 주석들이 모두 이공계 출신들이다. 부럽게 느껴진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 연봉수준은 대기업에 비해 적은 편이고 물가상승율에 못미치는 수준에서 임금상승율이 결정된다고 한다. 연구과제는 행정관료에 의해 결정되고 연구예산은 경제관료에 의해 재단된다.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과제 혁신과 진취적이고 장기적인 예산혁신이 필요하지만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R&D 예산을 뭉텅이로 깍아내려는 이상한 사람은 이젠 없어졌지만 아직도 좀 이상해보이는 사람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살 길은 초격차 과학기술의 발전과 고양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이공계 연구실과 사회곳곳의 IT, 제조업 분야를 발전시켜야만 한다. 특히나 이공계와 밀접하게 관련된 행정관료와 경제관료들의 거시적인 안목과 진취적인 사고가 매우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얼마전 큰 아이가 미국의 MIT에서 박사후과정으로 초빙을 받은 바 있다. 큰 아이가 연구하는 분야가 그 쪽에서 필요한 요구사항에 부합되어서 그런가 보다. 그러나 한국에서 안정적인 연구원 직원신분과 결혼생활 터전을 정리하고 건너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주체적인 성인이자 사회인인 큰 아이에게 뭔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속된 말로 “큰 물에 가서 놀아야 한다”라고 권유하기도 역시 어렵다. 어떤 결정이 잘된 것인지 훗날 밝히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에 맞춰 참고 나아가면 어딘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나보다는 훨씬 현명하고 훌륭하게 잘 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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