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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함
작성자 : 2018. 08. 14 (10:59)
100여년만의 폭염이라고 합니다. 현시대의 모든 사람들은 이런 더위를 생전 처음 겪게 됩니다. 저희 첫아이가 태어난 1994년 여름도 무척 더웠습니다. 신혼집에서 선풍기 한대로 여름 한철을 버티다 보니 아내와 아이 모두 땀띠로 고생했습니다. 에어컨으로 견디는 지금의 더위는 20여년 전의 그 더위보다 훨씬 강도가 독해졌고 길어졌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현실화되었고 점점 더 뜨거워진다고 하니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하기 전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겠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오랜 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한창 수다를 떨었습니다.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 않게 수다 삼매경에 빠질 수 있습니다. 평상시처럼 주위를 의식해서 목소리를 낮추고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는데 가끔 주체 못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이 반갑고 정겨워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옆자리의 친구가 나에게 조용히 이야기 합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주의를 받는 순간 목소리를 높인 저 자신이 창피하고 머쓱해집니다.

목소리를 낮추려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모처럼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유쾌하게 떠들고 싶은데 한창 어린 녀석이 대놓고 조용히 하라고 하니… 자존심이 상(傷)합니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분명히 예의에 어긋난 일이지만 꾸짖듯 요청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칫 상호간에 감정적인 대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주가 과한 상태에서 이성적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큰 사단(事端)이 될 수 있습니다. 매스콤을 통해서 가끔 접하는 사소한 술자리 시비가 이런 일로 발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큰소리를 낸다면 식당 사장님이나 종업원을 조용히 불러서 간접적인 주의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에게 직접 요청하는 것이 예의를 갖추었다 해도 도발적이거나 감정적인 시비로 번질 수 있습니다. “너가 뭔데 분위기 깨고 XX이야…” 이런 반응이 나타나면 험한 말로 되돌아오고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호간에 불쾌한 기억(사고)을 남기게 되겠지요. 아무튼 저희는 젊은이의 감정적인 요청을 계면쩍지만 받아들이고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하지 않은 친구를 탓하기로 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처신한다고 합니다. 잘못을 먼저 저질렀지만 일이 더 커지지 않게 조용히 수습하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창피하고 씁쓸합니다.

사무실 건너편 건축현장에서 땡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일하고 있는 인부들을 바라보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편한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것은 굉장한 혜택입니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는 그 분들이 술자리에서 큰 소리로 떠들더라도 참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땅의 고단한 가장들의 푸념섞인 목소리가 거슬려도 못들은 척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칫 무더위와 피곤한 일상이 폭력으로 변하면 모두가 불행한 일이 됩니다. 저부터 조금씩 참고 양보하고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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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배운다
작성자 : 2018. 06. 12 (13:53)
사람은 최고의 교과서다.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흔히 우리는 학교에 가야 뭔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다.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을 통한 배움의 요령을 터득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인간이란 단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인과 사이 간 자가 합쳐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배운다. 사람에게서 배우려고 작정하면 인간관계가 달라진다. 나와 비교해서 낫다 또는 그렇지 못하다로 평가하지 않고 인간이라면 무엇이든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사람에게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른 사람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필자도 50대 중반까지 사람으로부터 배우려는 자세가 매우 부족했다. 많이 알지도 못하고 경험도 풍부하지 않으면서도 쓸데없는 자존심과 자신만의 빈약한 논리에 함몰되어 다른 사람을 우습게 알고 그들로부터 배우려는 태도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각 분야별로 멘토를 만나면서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이와 상관없이 그들에게 한 수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너무나 소중한 멘토링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필자를 널리 소개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바로 덤이다. 배우려는 자세가 가져다주는 큰 유익인 것이다.

논어의 술이편에는 세 사람이 길을 걸어가면 그 중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다. 스승에게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친구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때로는 별로 배울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배우기도 한다. 여기서 배운다는 뜻은 가르침을 받아 배운다는 의미보다 스스로 배울 점을 찾아낸다고 하는 편이 옳다. 상대가 누구이건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울 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면 누구에게서든지 우리는 배울 수 있다. 이것이 통찰력이다. 이런 통찰력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독서를 많이 하고 생각의 연습을 통해 차곡차곡 축적되어 통찰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다져진 통찰력은 언제 어디서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불쑥 튀어 나오며 어록을 남기기까지 한다.

사람으로부터 배우기로 작정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내거나 잘잘못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그 사람으로 인해 무엇이든 배울점이 나타나게 된다. 묘하게도 인간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본다. 우리 모두 인간이다. 무림에는 고수가 많다, 조금만 더 깊숙히 파고 들어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정한 분야에 상당한 내공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그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때라도 객관적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내공이 슬쩍 보이곤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뜻은 자신의 통찰력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학습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출처 : 정은상의 맥아더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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