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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없는 속도는 결국 길을 잃는다
작성자 : 2026. 04. 20 (12:05)
괴테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삶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동양의 공자도, 서양의 소크라테스도, 시대와 문화를 달리하면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삶이란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향해 달리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쫓으며 살아갑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감이 일상을 지배합니다. 정작 ‘왜 달리는가’라는 질문은 던지지 않은 채, 그저 속도를 높이는 데만 온 힘을 쏟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런데 만족스럽게 사는 사람은 왜 그토록 드문 걸까요. 바로 여기에 철학의 부재가 있습니다.

철학이란 거창한 학문의 영역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철학이란, 결국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내린 대답입니다. 직업에 대한 신념일 수도 있고, 가족을 대하는 태도일 수도 있으며, 돈과 시간과 관계를 바라보는 자기만의 기준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인생관이든 세계관이든 신조이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결국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철학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살면서 겪는 실패와 성공,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이 켜켜이 쌓이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의식하며 살아가느냐, 그냥 흘려보내느냐입니다. 왜 자신만의 철학이 필요한지, 세 가지 이유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철학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든다

세상은 매일 우리를 흔듭니다. 누군가의 성공 소식이 들려오면 불안해지고, 미디어가 쏟아내는 정보들은 어제의 선택을 오늘 의심하게 만듭니다. 주변의 시선과 유행과 분위기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판단을 대신하기 시작합니다. SNS 속 타인의 화려한 일상 앞에서 문득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보셨을 것입니다.

자신만의 철학이 없는 사람은 이 흔들림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집니다. 반면 철학을 가진 사람은 다릅니다. 폭풍이 몰아쳐도 뿌리 깊은 나무가 쓰러지지 않듯, 내면에 단단한 기준이 있는 사람은 외부의 소음에 쉽게 휩쓸리지 않습니다.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힘, 그것이 바로 철학이 주는 선물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에게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인문학과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그의 신념은 수많은 반대와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이었습니다. 그는 애플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겪고도 결국 돌아왔습니다. 철학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단순한 생각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이라는 항해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내면의 등대입니다.

둘째, 철학은 선택의 기준이 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상도, 돌이켜 보면 크고 작은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왔습니다. 문제는 선택의 기준이 없을 때 찾아옵니다.

기준이 없는 선택은 늘 외부에서 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원하니까, 사회가 그것을 성공이라 부르니까. 그렇게 내린 선택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밀려옵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 좋은 직장, 번듯한 집,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다 갖추었는데도 마음 한 켠이 허전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남의 기준으로 설계한 삶은 아무리 완벽해도 나의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은 선택의 순간마다 묻습니다. ‘이것이 내 신념과 일치하는가. 이 길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인가.’ 그 물음 하나가 수많은 후회를 막아줍니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만족한 돼지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한 삶은 설령 고달프더라도 의미를 잃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준 없이 떠밀려 사는 삶은 풍요로워 보여도 내면은 공허합니다. 선택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선택의 질은 철학의 깊이에서 나옵니다.

셋째, 철학은 삶에 깊이와 품격을 더한다

같은 일을 해도 철학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다릅니다. 같은 밥을 지어도 ‘한 끼 식사가 한 사람의 하루를 바꾼다’는 믿음을 가진 요리사의 음식은 다른 울림을 가집니다. 같은 수업을 해도 ‘가르침은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신념을 가진 교사는 학생의 가슴에 다른 흔적을 남깁니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고객의 삶을 조금 더 낫게 만들겠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의 가게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신뢰가 쌓이는 공간이 됩니다.

철학은 삶의 표면이 아니라 깊이를 결정합니다.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떤 이유로 그 일을 하느냐가 사람의 품격을 만듭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한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 곁에는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입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철학이 배어 있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납니다. 세월이 흘러도 존경받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철학을 삶으로 실천해 온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공자는 “나는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섰으며, 마흔에 의혹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나이의 기록이 아닙니다. 삶의 각 단계마다 자신의 철학을 세우고 다듬어 온 한 인간의 고백입니다. 철학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지고, 그 깊이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품격 있게 만들어 갑니다. 흰 머리카락이 늘어갈수록 더 묵직해지는 사람, 그 사람의 안에는 반드시 오랜 세월 다듬어 온 자신만의 철학이 있습니다.

오늘, 당신만의 철학을 세울 때입니다

속도의 시대입니다. 모두가 빨리 달리라고 재촉합니다. 그러나 방향 없는 속도는 결국 더 깊은 곳에서 길을 잃게 만들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면, 잠깐 멈추어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자신만의 철학을 갖는다는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작고 조용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그 질문을 품고 사는 사람은,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선택 앞에서 당당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사람이 됩니다.

철학은 책상 위의 학문이 아닙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검증하고 다듬어 가는 살아있는 신념입니다. 오늘 하루, 잠시 속도를 늦추십시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그 대답이 바로 당신만의 철학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정은상의 맥아더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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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작성자 : 2026. 03. 17 (16:16)
얼마전 한 친구가 진보와 보수의 차이점에 대해 내게 질문하였다. 그가 확실한 찐우파(극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내심 나의 진보적 가치관에 대해 일침을 가할 의도로 도발적인 주제를 내게 던진 것이다. 가뜩이나 계엄 직전의 진보와 보수의 대립양상으로 온세상이 혼란스럽고 상호간에 지향하는 정치색을 밝히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나로 인해 뭔가 비위에 거슬리는 일단(一段)이 있었기에 그렇게 질문했을 것으로 나중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그의 질문에 순간 머뭇거리고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기껏 보수 정권의 실정에 대해 비판하는 정도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는 그 차이점에 대해 단순명료하게 설명했다. 보수는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진보는 그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즉 보수는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진보는 그 이익의 평등한 배분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론은 이익이 있어야 이익을 나눌 수 있으므로 진보는 보수없이 존재할 수 없고, 보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맙소사! 진보는 보수에 무임승차하는 철면피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1989년도 삼성그룹 공채시험에서 구술면접 직전에 출제된 문제가 있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서 굴러가는가? 다수의 민중에 의해 굴러가는가?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답변했다. 삼성그룹은 보수주의자인 소수정예의 엘리트를 원한 것이었고 나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보수주의자였던 것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오랜기간 동안 노동조합 결성을 강력하게 막았던 이유도 한 몫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나는 오랜기간 동안 보수주의자로 살았고 지금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선거에서 항상 보수세력에게 표를 던져왔다. 다만 계엄 이후 최근의 선거는 예외적으로 진보세력에게 표를 주었다. 보수주의자로써 부끄럽고 반성해야 한다는 의미가 컸고 지금의 정권에 대해 후회없이 잘된 결과로 받아들인다.

보수는 어떤 의미일까? 가장 큰 가치는 “자유”를 추종하고 이익과 질서, 권위, 전통,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일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이익에 민감한 편이다. 진보는 어떤 의미일까? 가장 큰 가치는 “평등”을 추종하고 분배와 개혁, 인권, 개방, 복지를 추구하는 성향일 것이다. 싑게 표현하면 가치를 우선하는 편이다. 이와같은 정치적 성향은 환경요인보다 원초적인 성향에 따르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성향은 타고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누가 옳고 틀리고 누가 민주이고 반민주이고는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과 균형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 불가분의 성향이고 상호간에 인정과 타협의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 따지고 흉보는 그런 성격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실 민주주의가 보수와 진보간의 핵심적 가치관인 자유와 평등의 상호 모순적 이념을 함께 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일 것이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지만 민주주의 체제는 좌파와 우파간의 정반합이 아닌 정반, 정반이 반복되어 발전이 정체되고 때로는 퇴보한다고 비아냥거리지만 인류의 타고난 두가지 성향을 강제로 하나로 묶는 것이 정상적인 체제인가 우려가 된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이념적인 대립과 경쟁으로 언젠가 자연스럽게 한계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현재의 시대는 복잡다단화된 다극화 시대로서 자유 또는 평등의 한쪽으로 절대편향은 불가능하며 사회통합을 지향해야만 한다. 이런 시대에 이데올로기적인 이분법적 선동이나 분열,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을 조심해야 한다. 좌파의 약자팔이 선동이나 우파의 특정계층에 대한 혐오 선동은 이 시대의 공통의 적이다. 그런 짓을 하는 자들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분파주의자일 뿐이다.

진보는 평등과 가치를 추구하고 보수는 자유와 이익을 추구한다. 인류의 반은 보수이고 나머지 반은 진보 성향일 것이다. 이들을 서로 제단하고 억압한다면 불행할 것이고 서로 보완하고 균형 발전시킨다면 다수가 행복할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몸의 반쪽과 반쪽으로 불가분이며 민주주의 핵심적인 동력이다. “너희편은 옳지 않다고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 우리편은 무조건 옳으니 어떤 비판도 받아들일수 없다는 사람들”이야말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반민주주의자임이 틀림없다.

이제는 그 친구에게 답을 해주고 싶다. 진보는 보수에 기대어 사는 몰염치한 세력이 아니라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다독이는 안전판이다. 보수는 진보를 업신 여기는 세력이 아니라 진보의 가치관을 경험을 통해 검증하고 안정적으로 실현해 나아가는 토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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