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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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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4. 0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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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인들 자녀 결혼식이 많아졌다. 한달에 보통 서너번에서 많으면 대여섯번까지 주말마다 결혼식이 줄줄이 잡혀있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계획조차 없는 것이 다반사인데 주변에 결혼식 소식이 많아진다는 것은 매우 기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느 지인의 가족은 가족 구성원 간의 결속력이 상당히 끈끈한 것 같다.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에 의한 관계는 당연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결혼한 자녀에 대한 관계에도 그 각별함을 유지하려다 보니 본래 그 가족 구성원이 아닌 며느리나 사위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실제 요즘 신세대들은 그런 유대감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특유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
가족 구성원 간의 결속력이 강한 부류는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와 도시에 자리잡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도시보다 사정이 훨씬 좋지 않았던 시골 읍내나 동네에서 옆집 사정을 빤히 알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공동체 유대관계를 오랜 세월 유지하다가 어렵게 타지에 정착하면서 그 결속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당초부터 도시에 살던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의 시각에 비추어 보면 생소해 보이기도 한다. 요즘에는 동남아시아와 같은 곳에서 우리나라에 정착한 분들의 결속력을 보면 이런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이런 분위기가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먹고 살만한 시대로 접어 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공동체의 결속력이 아무리 각별해도 개인의 자유와 취향을 막아서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요즘 신세대 부부에게 예전처럼 전통과 예절을 앞세워 한 가문과 대가족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강요한다면 순순히 따라오기를 바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 그런 것을 강요할 어른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부모와 자식간에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지고 그런 것들이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옛말에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추어 대하라고 한다. 특히 가족구성원인 부모와 자식간에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식도 결국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의존하고 기대는 것은 궁핍한 시절을 이겨내기 위한 가족공동체의 피치못할 운명이었지만 이제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다채로운 가족관계로 분화되어 가족간의 거리가 더욱더 느슨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화목함이 물씬 느껴지는 끈끈한 가족들이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저 가족들은 서로가 외롭지 않도록 보듬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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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無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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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2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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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간 적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골프 대신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로 붐비던 시기였다. 라운드 후에 사우나에서 샤워를 간단히 마친 후 파우더룸으로 들어 섰는데 빈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어떤 사람의 뒤에서 벌거벗은 채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사람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 선풍기로 몸을 말리면서도 헤어드라이기를 몸을 향해 비스듬히 켜 놓은 채 느긋하고 꼼꼼하게 구석구석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시장판처럼 북적대는 파우더룸이기에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을 의식해서 조금 서둘러서 끝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꽤 긴 시간을 대기하다가 다른 쪽으로 옮기려는 순간 비로소 끝마쳤는지 자리를 뜨고 있었다. 아뿔싸 그 사람이 서 있던 바닥에는 여러겹의 수건이 그대로 깔려 있었고 어지럽힌 자리 옆에는 드라이기도 켜둔 채였다. 하도 기가 막혀서 그 사람의 뒷 모습을 쫒다가 말문도 막혀 결국 한 마디도 못해줘서 기분이 상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리라 스스로 위로해본다.
또 골프 이야기다. 고교동창들과 팀을 이루어 라운드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참여도가 낮아져 부득이 부족한 몇 명은 한 동창의 지인으로 팀을 짜서 진행하기로 하고 그 팀에 어쩌다 내가 속하게 되었다. 평소 매너와 실력이 출중한 고수들과 함께하다가 왠지 거칠고 예민한 동반자들과 18홀을 함께 하면서 비싼 돈 주고 노역을 하는 듯한 즐겁지 않은 기분을 난생 처음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 홀이 끝나고 예의상 모자를 벗고 인사를 나누려 했는데 뉴페이스들은 마지막 퍼팅을 기다려주지 않고 저만치 떨어져 걸어가고 있었다. 간단한 목례나 악수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그들을 지인이라고 소개한 동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번엔 골프연습장에서 겪은 이야기이다. 무례한 사람보다 예의바른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무례한 사람으로 인한 좋지 못한 파급력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연습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독 큰소리로 헛기침을 하고 가래침을 내뱉는 사람이 있다. 주위사람들이 불쾌하게 느낄 정도로 과도하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좋겠다. 연습 후 클럽을 손질하는 조그마한 보수대가 군데군데 있다. 한사람이 쓰면 꽉차는 공간인데 아무런 양해없이 비집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먼저 사용하는 사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부득이 시간이 없을 때는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무법자처럼 들이대는 사람이 있다. 지나가는 통로를 막고 연습 스윙하는 사람, 연습타석이 끝나자마자 성급하게 타석을 차지하려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아래로 훑듯이 빤히 쳐다보는 사람 등등 깡패나 양아치가 아니고서는 해서 안되는 일이다. 이런 무례함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때로는 다른 무례함으로 전염되기도 한다.
아마도 나 역시 언제였던가 무례를 범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어렸고 경험이 부족했고 본의 아니게 또는 성급한 마음에, 교만한 마음에, 남을 함부로 업신여기며 무례를 범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과연 나는 앞서 나열한 무례한 사람보다 선의를 가진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충분히 예의를 갖추고 선의를 앞세우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의 무례함을 또다른 무례함으로 전염되거나 증폭시키지 않도록 여유와 지혜를 갖도록 노력할 것이다. 짜증내면서 살지 않도록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노력해야 세상이 순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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